잘먹겠습니다. 뒷머리는 잔뜩 뻗쳐서는 수저를 쥐고 낮게 웅얼대는 목소리가 잔뜩 갈라졌다. 감기에 걸리기라도 한걸까. 영민은 조심스레 그의 옆에 다가가 따뜻한 생강차를 건네어본다. 성격이 급한편인건지 컵을 들고 순식간에 입에 넣은 그의 입에서 줄줄, 물이 흘러나왔다. "아, 씨, 아악! 뭐야? 뜨거워, 이거 뭐에요?" 보통 컵을 쥐어보면 따듯하다는 걸 알텐데...
고개가 옆으로 돌아간 피부가 홧홧하게 달아오르며 아릿한 통증이 일었다. 진짜 얼굴은 건드리지 말라니까. 얼마나 세게 친건지 골까지 울리고 귓가에 삐이, 하고 소리가 맴도는 감각에 동현은 휘청이는 다리 위로 힘을 잔뜩 주어보았다. "사람 망신을 주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철은 언제 들거냐." "신부가 도망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유난이세요." 이제는 안맞을...
사랑없이 결혼한 아내의 서재에서 스폰해주는 아이의 앨범을 본 기분을 간단히 서술하자면 말그대로 좆같았다. 시대가 조금 지난 유행어처럼 너가 거기서 왜 나와? 이런 심정이었는데, 이 여자는 놀란 얼굴도 아니고 이미 다 알고 있는 표정이라 사실 더욱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몰랐어? 나 우진오빠 때문에 니랑 결혼한건데." "호칭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안드냐?...
커다란 화면에 나오는 뉴스를 본 박우진의 입술이 슬며시 벌어졌다. 입술산이 짙은 붉은 입술 위로 비죽한 이가 올려 그대로 짓씹어 내리길 반복했다. 윗입술이 얼얼해 벌겋게 달아오를 무렵 우진을 부르며 헐레벌떡 달려온 매니저의 얼굴이 허옇게 질렸다. 우진아. 저를 부르는 이름에 우진은 씨발, 하고는 그대로 자리에 일어나 방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몸을 던졌다. "...
암막커튼이 채 닿지 않은 곳 사이로 오후의 햇살이 새어나오며 웅의 시야로 흩뿌려졌다. 꾹 닫힌 눈꺼풀 사이로 스미는 밝은 빛에 눈가를 찌푸린 그가 천천히 눈을 뜬다. 오른쪽 팔에 감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저릿했지만, 아, 하고 작게 소리를 낸 그의 입매가 어쩐지 느슨해진다. "아주 맘놓고 자네." 목이 잠겨 갈라진 목소리를 했으면서도 그는 기분좋은 얼굴...
임영민 대위, 출정하러 가야합니다. 서늘한 쇠철창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딱딱하기 그지 없는 목소리가 영민의 귀에 꽂혀들었다. 조금 툴툴대긴 하지만서도 오늘 기분은 어떤지, 몸 상태는 어떤지에 대해 물어오는 동현과는 사뭇 다른 목소리에 영민은 다시 한번, 지옥에 와있음을 깨달았다. 훈련병일 때는 모든 곳에, 꽤 능력있는 센티넬로 인정받을 때는 꽤 중요한 곳...
입술에 닿은 더운 숨결에 겨우 뜬 눈을 꾹 감겨들었다. 바싹 굳은 몸을 살살 달래듯이 아랫입술을 슬며시 깨물며 꾹다물린 입술을 혀로 훑자 자연스레 벌어진다. 그 사이로 들어온 붉고 축축한 혀가 입안을 느릿하게 휘저으며 살며시 입술을 떼어내 숨길을 튼다. 그러자 겨우 숨을 할딱이며 단단한 가슴팍을 밀어내자 아프지 않은 세기로 손목을 말아쥐어온다. 머리 위로 ...
하얀 장갑 안에 감추어진 손이 서늘하다. 평소에도 더욱 그랬지만 유난히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건 그저 기분탓이다. 굳이 그렇게 느낄 필요가 없는데, 괜한 생각을 한 탓이다. 동현은 답지않게 초조한 얼굴을 하고서 줄이 잘 선 제복 바지를 만지작 댄다. 손끝이 닿는 곳마다 얼어붙을 듯한 감각은 장갑을 끼고도 조금 나아질 뿐이지 여전해 허벅지 위가 금세 서늘하다....
박우진의 행동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낀 건 꽤 예전부터 있던 일이다. 능력치가 좋아 별 개같은 새끼들을 내쫓는데 소질이 있긴 했지만 바로 새로 여는 클럽을 전담해서 맡기엔 썩 적합하지 않았는데,(정확하게 말하면 맡겨서는 안되었다.)그 수단좋은 최사장이 단지 친구의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박우진에게 그 일을 맡겼다는 것이 영 수상쩍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사...
최근 영민은 손목이며 발목에 달린 무거운 쇠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결 가벼워진 손목과 발목을 털어낸 그는 자연스레 늘 겸연쩍은 얼굴을 한 박우진을 떠올린다. 그러고 보니 오늘 그가 저를 만나러 오는 날이네. 늘 안에 갇혀 있어 오늘이 무슨 날인지는 정확하게 알지는 못해도 늘 삼사일 간격으로 한번씩 오곤 했으니 오늘 오는 날이 맞을 거다, 아마도. "...
일어나, 얼른. 일어나. 어? 몸을 흔들어 깨우는 손길에 우진이 무거운 눈두덩이를 겨우 밀어낸다. 여기가 어디지. 몇시야. 우진은 눈을 끔벅이면서 자연스레 손을 올려 뒷머리를 긁적인다. 천장이 새하얗고 주변이 하얗기보다는 어쩐지 스테인레스재질인 걸 보니 우리집은 아니다. 에리카는 더더욱 아니다. "누가 너보고 쳐자라고 했냐." "...아." 임영민을 만나러...
영민이 가진 최초의 기억은 햇살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은 군부의 차디찬 실험실에서 시작된다. 그 안에는 제 또래의 센티넬 성향의 아이들로 가득했는데, 애초에 센티넬은 태어난 순간부터 국가의 재산으로 귀속되기 때문에 거기서 나고 자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된 곳에서 영민은 아주 필요한 만큼의 햇살만 받으며 살아왔다. 딱히 왜 이렇게 살...
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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